매일 연습 (크로키,필사..)

2023.01.12 매일 크로키와 필사하기

M.R. 2023. 1. 13.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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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 10개 / 5분 1개

 

오늘은 여성 포즈 위주의 크로키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매일 필사--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 박완서]



막 대학 문턱에 들어선 초년생에게 대학은 진리와 자유의 공간이었고, 만 권의 책이었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아름다운 문장이었고, 지적 갈증을 축여줄 명강의였다. 사랑과 진리 등 온갖 좋은 것들이었다. 나는 그런 것들로 나만의 아름다운 비단을 짤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막 베틀에 앉아 내가 꿈꾸던 비단은 한 뼘도 짜기 전에 무참히 중턱을 잘리고 말았다. 전쟁은 그렇게 무자비했다. 그래도 나는 살아남았으니까 다른 인생을 직조할 수도 있었지만 내가 당초에 꿈꾸던 비단은 아니었다. 내가 꿈꾸던 비단은 현재 내가 실제로 획득한 비단보다 못할 수도 있지만, 가본 길보다는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다운 것처럼 내가 놓친 꿈에 비해 현실적으로 획득한 성공이 훨씬 초라해 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나는 누구인가? 잠 안 오는 밤, 문득 나를 남처럼 바라보며 물은 적이 있다. 스무 살에 성장을 멈춘 영혼이다. 80을 코앞에 둔 늙은이이다. 그 두 개의 나를 합치니 스무 살에 성장을 멈춘 푸른 영혼이, 80년 된 고옥에 들어앉아 조용히 붕괴의 날만 기다리는 형국이 된다. 다만 그 붕괴가 조용하고 완벽하기만을 빌 뿐이다.

 



마당에서 한때 하늘을 뒤덮을 듯이 무성하던 나무들이 작은 바람에도 우수수 잎을 떨구고 있다. 흙에서 난 것들이 그 근원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건 아무도 못 말린다. (...) 아니, 그건 도리가 아니라 그리움일 것이다. 저 지는 잎들이 어찌 섭리만으로 저리도 황홀하고 표표하게 몸을 날릴 수 있겠는가.

 



완행열차를 타고 개성역에 내리고 싶다. 나 홀로 고개를 넘고, 넓은 벌을 쉬엄쉬엄 걷다가 운수 좋으면 지나가는 달구지라도 얻어 타고 싶다. 아무의 환영도 주목도 받지 않고 초라하지도 유난스럽지도 않게 표표히 동구 밖을 들어서고 싶다. 계절은 어느 계절이라도 상관없지만 때는 일몰 무렵이면 참 좋겠다. 내 주름살의 깊은 골짜기로 산산함 대신 우수가 흐르고, 달라지고 퇴락한 사물들을 잔인하게 드러내던 광채가 사라지면서 사물들과 부드럽게 화해하는 시간, 나도 내 인생의 허무와 다소곳이 화해하고 싶다. 내 기억 속의 모든 것들이 허무하게 사라져버렸다 해도 어느 조촐한 툇마루, 깨끗하게 늙은 노인의 얼굴에서 내 어릴 적 동무들의 이름을 되살려낼 수 있으면 나는 족하리라.



 

옛날 옛적에 떠난 내 유년의 뜰이 나를 따라온 것인가.





집에서 보는 한강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해 뜰 무렵이다. 강 건너로는 순한 짐승이 엎드려 있는 것처럼 능선이 부드러운 산봉우리들이 보이고 그 사이로 해가 불끈 솟으면 수면이 금빛으로, 은빛으로 때로는 주황색으로 부서진다. 물속을 노닐던 신비한 물고기가 잠시 그 아름다운 비늘을 드러내 보여준 것처럼 그 순간은 짧다. 짧지만 그런 날은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고, 몸도 온종일 개운하지만 황사나 안개에 가려 안 보이는 날은 몸도 마음도 울적하게 가라앉는다.

 



넘치게 사랑받은 기억은 아직도 나에겐 젖줄이다.

 



아무리 걸출한 여성에게도 어머니는 극복하고자 하나 극복되지 않는 악몽인 동시에 결국은 그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의지처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 김구]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아가미 / 구병모]



석류 열매처럼 드러난 속살이 두근거리는 모습은 명백히 생명의 움직임이었다. 결코 아물어가는 상처가 억지로 쑤셔진 게 아니라, 희박한 산소를 찾아 호흡하려는 태곳적 기관의 발현이자 몸부림이었다.

 



곤은 이틀 걸러 한 번씩 그에게 처참하게 밟혀 퍼덕거리고 온몸 군데군데 지느러미가 찢기며 비늘이 툭툭 떨어져 나가면서도 그가 이름을 불러주기만 하면 그에게로 가서 미늘에 걸려 빠져나오지 못하는 한 마리 금붕어가 되었고 그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는 일만이 하루 일과의 전부일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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