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 10개 / 5분 1개
앉아있거나 걷는 자세와 그에 따른 옷 주름을 연습해 보았습니다.
짧은 시간에 많은 부분을 한꺼번에 보는 눈을 기르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만
꾸준함으로 이겨내보겠습니다. ㅎㅎ
--매일 필사--
바람이 분다
그까짓 바람 한 줄기도 상처가 되느냐고
너는 묻는다
눈물은 마르고 추억은 잊혀지지만
바람이 스쳐갈 때마다 나는 상처를 입는다
언제나 무너질 것들만 그리워 했으며
모든 것은 언젠가 무너진다
그리하여 나는 불행하다
같은 방법으로 몇 천번이고 불행해진다
그리고 여기 나의 심장이 있다
수없이 미세한 상처의 흔적으로 가득한
나의 불안한 심장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 황경신. 바람이 분다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바람에 의해 이동하는 사막이 있고
뿌리 드러내고 쓰러져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 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리는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그 고열(高熱)이
에고가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도덕적 경쟁심에서
내가 자청(自請)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나를 위한 희생, 나의 자기 부정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알을 넣어주는 바람뿐
/ 황지우, 뼈아픈 후회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 백석, 흰 바람벽이 있어
한짝 다리 덜렁 들어서 부산 연락선에 얹고서
고향산천을 뒤돌아보니 눈물이 뱅뱅 돈다
/ 정선 아라리 中
부디 월하노인에게 하소연하여
다음 생애는 우리 부부 바꾸어 태어나
나는 죽고 그대만이 천리 먼 곳에 살아남아
그대에게 이 슬픔을 알게 하리라
/ 김정희, 배소만처상
“괜찮아. 형태가 있는 건 더러워지게 마련이니까.”
“그래도 사람들은 지우고 또 지웁니다. 어차피 다시 졸릴테니 잠자리에 들 필요가 없다고 말하질 않는 것처럼요.”
한 스푼의 시간/구병모
내 몸에 마지막 피 한 방울
마음의 여백까지 있는 대로
휘몰아 너에게로 마구잡이로
쏟아져 흘러가는
이 난감한
생명 이동
그리움/신달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먼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흔들리며 피는 꽃/도종환
모든 것의 시작은 위험하다. 그러나 무엇을 막론하고,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니체의 말/시라토리 하루히코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한다.
우상의 황혼/프리드리히 니체
모든 사람이 서서히 자살을 하며
바로 그것을 삶이라고 부르는 곳,
그곳을 나는 국가라고 부른다.
차라투스트라는 말했다/프리드리히 니체
구름 한 점 없는 활주로가 저 멀리 보인다.
어디선가 금곡조 우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은데, 곧 심장을 흔드는 엔진의 소음과 한데 뒤섞인다.
어서 더 멀리 날아가. 네가 원하는 만큼, 어디까지든.
지금, 내가 가.
버드 스트라이크/구병모
그러나 인간의 자유로운 의욕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잃어서는 안 된다. 운명이 인간 활동의 절반을 주재한다고 해도, 적어도 나머지 반은 우리의 지배에 맡겨져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군주론/니콜로 마키아벨리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 오르텅스 블루, 사막 (류시화 옮김)
마을이 가까울수록
나무는 흠집이 많다
내 몸이 너무 성하다
/ 이정록, 서시 中
헤어질 때 더 다정한 쪽이 덜 사랑한 사람이다. 그 사실을 잘 알기에 나는 더 다정한 척을, 척을, 척을 했다. 더 다정한 척을 세 번도 넘게 했다. 안녕 잘 가요. 안녕 잘 가요.
후두둑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일 뿐/이제니
수면 위로 아른아른 조용하게 빛나는 여름 햇빛이 보였다. 손 내밀면 닿을 것 같은 거리에서 유혹하듯 화사하게 출렁이던 차안(此岸)의 얇고 환한 막. 나는 그 빛을 잡고 싶었다. 하지만 손에 걸리는 거라곤 쥐자마자 이내 부서지는 몇 움큼의 강물이 전부였다. 생전 처음 겪는 공포가 밀려왔다. 아득하고 설명이 안 되는 두려움이었다. 나는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
비행운/김애란
'매일 연습 (크로키,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01.12 매일 크로키와 필사하기 (0) | 2023.01.13 |
---|---|
2023.01.09 매일 크로키와 필사하기 (0) | 2023.01.10 |
2023.01.07 매일 크로키와 필사하기 (0) | 2023.01.08 |
2023.01.06 매일 크로키와 필사하기 (0) | 2023.01.07 |
2023.01.05 매일 크로키와 필사하기 (0) | 2023.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