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연습 (크로키,필사..)

2023.01.04 매일 크로키와 필사하기

M.R. 2023. 1. 4.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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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자 포즈 위주로 진행했습니다. 

매일 크로키 작업을 하는게 쉬운 일이 아니네요.

 

2분 12개 / 5분 1개

 

 

 

--매일 필사--

 

 

 

[전지전능한 할머니가 죽었다 / 가브리엘 루아]

 

할머니가 보따리 속에 꽉꽉 쑤셔 넣은 천 조각은 갖가지 빛깔에도 신기하리만큼 말끔했다. 게다가 정리하기 전에 모두 깨끗하게 빨아 놓았는지 퀴퀴한 냄새조차 나지 않았다. 그중에는 고운 빛깔을 들인 옥양목이며, 굵은 실로 격자무늬를 넣어 짠 깅엄이며, 면사와 마사를 엮어 짠 능직물 조각도 있었다. 할머니네 침대커버에서 보던 것처럼 언니들 중 한 명이 입었던 원피스며, 엄마의 코르사주며, 누가 걸쳤는지 더는 기억도 안 나는 앞치마 조각도 눈에 띄었다. 자투리 천을 보며 그토록 많은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니 참으로 즐거운 일이었다.

 

 

우리는 집 안에서 모락모락 난롯불을 피우고 달콤한 호박 파이를 먹거나 개암열매며 옥수수 껍질을 벗기면서 평온한 시간을 보냈다. 창가에 토마토를 올려놓고 새빨갛게 익기만을 기다리기도 했고, 약한 불 위에 커다란 냄비를 올려놓고 뭉근하게 끓는 소스 냄새로 집안을 가득 채우는 날도 있었다. 그럴 때면 마당에서는 슬근슬근 톱질 소리가 두 개의 다른 음조를 지닌 노래처럼 들려오곤 했다. 처음 켤 때는 맑은 소리가 나다가 나무가 물리면 묵직한 소리로 바뀌는 이 노래는 멋진, 멋진 장작을 한 아름 안겨 주리. 온 겨울 따스하게 보낼 멋진 장작을이라고 하며 우리에게 행복한 미래를 약속하는 것만 같았다.

 

 

왜냐하면 밀이 다 자라면 나는 더는 신나는 일을 찾아 이리저리 쏘다닐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바람만 살짝 불어도 드넓은 밀밭은 스르르 흔들렸다. 그 부서지는 파도 곁에서 나는 한없이 작은 존재였고, 그런 내게는 밀밭을 바라보고 살랑대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족했다.

 

 

 

 

[살로메 / 오스카 와일드]

 

 난 당신의 몸을 사랑해요. 당신의 몸은 낫질을 하지 않은 들판에 핀 백합처럼 하얗네요. 당신의 몸은 유대의 산 위에 쌓여 있다 계곡으로 흘러내리는 눈처럼 하얗네요. 아라비아 여왕의 정원에 핀 장미인들 당신의 몸처럼 하얗지는 않죠. 아라비아 여왕의 향료 정원에 핀 장미도, 나뭇잎을 비추는 새벽의 발길도, 바다의 젖가슴에 걸터앉은 달님의 둥근 가슴도 당신의 몸처럼 하얗지는 않아요. 세상에 당신의 몸처럼 하얀 것은 없어요. 그 몸을 만져보게 해주세요.

 

 

 당신의 몸은 나병환자의 몸처럼 징그러워요. 뱀들이 기어 다니고 전갈들이 둥지로 삼은 회반죽 벽 같아요. 온갖 혐오스러운 것들로 가득한 흰색 무덤 같아요. 끔찍해요, 당신의 몸은. 요한, 내가 사랑하는 것은 당신의 머리예요. 당신의 머리는 포도송이 같아요. 에돔의 포도나무에 달려 있는 검은 포도송이 같아요. 당신의 머리는 레바논의 삼나무 같아요. 사자와 낮에는 숨어 지내는 강도들에게 숨을 곳을 제공해주는 레바논의 거대한 삼나무. 달이 얼굴을 감추고 별이 겁을 먹는 기나긴 어두운 밤도 당신의 머리처럼 검지는 않아요. 숲의 침묵도 그렇게 검지는 않아요. 세상에 당신의 머리만큼 검은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그 머리를 만져보게 해주세요.

 

 

 당신의 머리는 끔찍해요. 온통 진흙과 먼지투성이에요. 마치 당신 머리 위에 얹힌 가시관 같아요. 당신의 목을 둘둘 감은 뱀들의 매듭 같아요. 난 당신의 머리는 싫어요. 내가 원하는 건 당신의 입술이에요. 당신의 입은 상아로 된 탑 위에 붙은 빨간 띠 같아요. 상아 칼로 두 동강 낸 석류 같기도 하고요. 티레의 정원에 핀 석류꽃은 장미보다는 붉지만 당신 입술만큼 붉지는 않지요. 왕이 납시었음을 알리어 적들을 겁먹게 하는 트럼펫의 붉은 나팔 소리도 당신 입술처럼 붉지는 않지요. 당신의 입술은 포도주 압축기에서 포도주를 밟은 발보다 더 붉어요. 신전에 살며 사제들이 주는 먹이를 먹고 사는 비둘기의 발보다 더 붉어요. 사자를 죽이고 황금색 호랑이를 보고 숲에서 막 나온 자의 발보다 더 붉어요. 당신의 입술은 어부들이 바다의 황혼 속에서 발견한 산호 같아요. 왕들에게 바치기 위해 아껴둔 산호 말이에요. 당신의 입술은 모아브 사람들이 모아브의 광산에서 캐낸 단사 같아요. 왕들이 앗아가는 단사 말이에요. 당신의 입술은 페르시아 왕이 주홍빛으로 물들이고 산호로 장식한 활 같아요. 세상에 당신의 입술처럼 붉은 것은 없어요. 그 입술에 키스하게 해주세요.

 

 나는 당신의 입술에 키스할 거예요, 요한. 나는 당신의 입술에 키스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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