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남자 포즈 위주로 작업했습니다.
옷의 주름이나 포즈 잡는게 아직 많이 어렵습니다.
언젠가는 나아지겠지요...하하
2분 11개 / 5분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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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필사--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 스베틀라나 알렉시에비치]
우리는 전쟁에 대한 모든 것을 ‘남자의 목소리’를 통해 알았다. 우리는 모두 ‘남자’가 이해하는 전쟁, ‘남자’가 느끼는 전쟁에 사로잡혀 있다. ‘남자’들의 언어로 쓰인 전쟁. 여자들은 침묵한다. (...) 우연히 전쟁 이야기가 시작되더라도, 그건 ‘남자’들의 전쟁 이야기이지, ‘여자’들의 전쟁은 아니다.
여자들이 이야기할 때, 그들의 이야기에는 우리가 읽거나 들어서 익숙한 내용, 그러니까 어떤 이들이 얼마나 영웅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죽이고 승리를 거뒀는지, 아니면 어떻게 패배했는지, 어떤 기술들이 사용됐고 어떤 장군이 활약했는지 따위의 내용은 아예 없거나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여자들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것이고, 또 여자들은 다른 것을 이야기한다. ‘여자’의 전쟁에는 여자만의 색깔과 냄새, 여자만의 해석과 여자만이 느끼는 공간이 있다. 그리고 여자만의 언어가 있다. 그곳엔 영웅도, 허무맹랑한 무용담도 없으며, 다만 사람들, 때론 비인간적인 짓을 저지르고 때론 지극히 인간적인 사람들만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땅도 새도 나무도 고통을 당한다. 이 땅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모든 존재가 고통스러워한다. 이들은 말도 없이 더 큰 고통을 겪는다.
우리가 찾는 것은 어떤 업적이나 영웅주의가 아니다. 우리는 언제나 사소하고 인간적인 무엇, 우리에게 가장 흥미롭고 친밀한 그 무엇을 찾는다. 글쎄, 고대 그리스…… 그리고 스파르타의 역사에서 내가 가장 알고 싶은 것을 예로 든다면…… 나는 그 당시 사람들이 집에서 무슨 대화를 나눴고, 또 어떻게 나눴는지 알고 싶다. 어떤 모습으로 전쟁터에 나갔을지 궁금하다. 그들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마지막날, 마지막 밤에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았을까. 어떻게 전사들을 전쟁터로 떠나보냈을까. 또 어떻게 그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을까…… 영웅도 장군도 아닌 평범한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
전쟁에 대한 여자의 기억은 감정의 긴장도나 고통의 지수로 볼 때 그 집광력이 가장 높다. ‘여자’의 전쟁이 ‘남자’의 전쟁보다 더 처절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남자들은 역사니 상황이니 따위의 명분 뒤로 숨고, 전쟁은 이념이므로 이해관계를 내세워 그것을 실현시켜야 한다고, 또는 그것에 맞서야 한다고 유혹한다. 반면에 여자들은 감정에 사로잡힌다. 남자들은 어려서부터 언젠가 총을 쏘게 될 상황에 대비한다. 여자들은 총 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 아니 배울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여자들은 다른 것을 기억하고, 그래서 기억하는 방식도 다르다. 여자들은 남자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여자들의 전쟁에는 냄새와 색깔과 소소한 일상이 함께한다. “배낭을 배급받았는데 그걸로 치마를 해 입었지 뭐야.” “모병사무소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는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나올 때는 바지와 군복 차림으로 바뀐 거야. 긴 머리도 싹둑 잘라버려서 짧은 앞머리만 덩그러니 남고……” “독일군이 마을에 총질을 해대고 사라져버렸지…… 한 번은 꼭꼭 다져진 노란 모래 무덤에 도착했는데, 그 위에 어린아이 구두 한 짝이 떨어져 있는 거야……”
나는 ‘하찮은 이야기 따위는 필요 없소…… 우리의 위대한 승리에 대해 쓰시오……’라는 추신이 덧붙여진 편지를 여러 번 받았다. 하지만 나에겐 바로 이 ‘하찮은 것’들이 중요하다. 이 하찮은 것들이야말로 삶의 온기이자 빛이므로. 긴 머리 대신 뭉툭하게 잘려나간 짧은 앞머리, 뜨거운 죽냄비와 국그릇들이 돌아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리고 전투에 나갔다 무사히 돌아오는 사람은 백 명 중에 일곱 명 정도였다는 이야기, 혹은 전쟁터에 다녀온 후로는 줄줄이 걸린 붉은 살점의 고기를 볼 수가 없어서 시장에도 못 다니고, 심지어 붉은색이라면 사라사 천도 쳐다볼 수가 없었다는 사연들…… “글쎄, 전쟁이 끝나고 벌써 4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 하지만 내 집에서 붉은색이라고는 하나도 찾을 수 없을걸. 전쟁 이후로 붉은색이라면 치가 떨려.”
― 그건 사실이 아니오! 유럽의 반을 해방시킨 우리 병사들에 대한 중상모략이란 말이외다. 그건 우리 빨치산에 대한 모독이고 우리 민중의 영웅들에 대한 모독이오. 우리는 당신의 그따위 저급한 이야기는 필요하지 않소. 위대한 이야기가 필요하지. 승리의 이야기 말이오. 당신은 우리네 영웅들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군. 우리의 위대한 사상 역시 좋아하지 않고. 마르크스와 레닌의 위대한 사상을 말이오.
― 맞아요. 나는 위대한 사상 같은 건 좋아하지 않아요. 나는 평범한, 작은 사람을 사랑하니까요……
인간적인 것이 비인간적인 것을 이겼다. 단지 인간적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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